날씨가 여전히 쌀쌀함에도 불구하고
괜시리 따끈한 육수를 곁들인 냉면이 먹고 싶어져서 오장동에 다녀왔습니다.
예전에는 근처에 꽤 많은 냉면집이 있었지만 지금 남아 있는 건
오장동 신창면옥, 오장동 흥남집, 그리고 오장동 함흥냉면 뿐입니다.
위의 세 가게 중 두 곳은 맛도 괜찮고 오래된 단골 손님도 많지만 나머지 한 군데는 영 시원찮습니다.
어디라고 말씀은 안 드리겠지만
다른 가게에 비해 눈에 띄게 손님이 적은 편이니까 쉽게 구분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오장동에서 냉면 먹을 일이 생기면
주로 세 가게 중 한가운데 위치한 '오장동 함흥냉면'을 찾습니다.
저는 이 곳의 냉면보다 육수를 더 좋아합니다.
매콤한 냉면을 먹다가 뜨거운 육수를 후후 불어가며 한 모금씩 마시면
어쩐지 속이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인터넷에서 냉면 관련 검색을 하다 보면 육수맛이 좋은 집이 냉면맛도 좋다는 얘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오장동 함흥냉면'의 육수맛은 주변의 다른 두 곳보다도 탁월한 편입니다.
제가 자주 먹는 건 회냉면이지만 이 날은 비빔냉면을 주문했습니다.
사리 0.5인분을 추가한 상태라 양이 조금 많아 보이네요.
냉면을 맛있게 먹을 생각이 너무 앞서서 하마터면 사진 찍는 걸 깜빡할 뻔 했답니다.
테이블마다 식초, 겨자, 설탕, 다데기가 놓여 있어서
(근처의 '오장동 흥남집'과는 달리 참기름이 없습니다)
식성에 따라 조금씩 넣어 드실 수 있지만 따로 양념을 추가하지 않고 그냥 드셔도 맛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사리를 추가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양념의 균형이 변하는 바람에 냉면맛이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홍어회를 한 접시 주문해서 곁들여 먹는다면 사리 추가도 탁월한 선택입니다.
새콤하면서도 산뜻한 회가 양념의 균형도 잡아주고,
게다가 비빔냉면과 회냉면의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거든요.
제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에는 냉면 한 그릇에 4천원을 넘지 않았지만 어느새 저렇게까지 올라버렸군요.
개인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너무 많이 올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집의 단점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바닥에 앉아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의자가 딸린 테이블이 있긴 한데 그다지 많지 않아서 제법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불친절합니다.
물어 보면 대답해 주고, 뭔가 달라고 하면 금방 갖다 주긴 하지만
직원 중에 웃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다 먹고 계산할 때 식사 맛있게 하셨냐는 인사 마지막으로 들어본 지 10년 넘었습니다.
비쌉니다.
여기서 가격이 더 오르면 그냥 새로 단골가게를 하나 만들 생각입니다.
이 집의 장점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항상 많은 손님들로 북적거리긴 하지만 회전율이 좋은 편이라 자리가 금방 납니다.
냉면도 주문만 하면 2, 3분 안에 바로바로 나오구요.
제가 위에 적어 놓은 단점들을 어느 정도 커버해 줄 만큼 맛있습니다만...
아쉽게도 1990년대 중후반 이후로 양념이 달라진 건지 그 맛이 많이 변했습니다.
오장동 골목의 냉면집들은 한결같이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온 전통 있는 가게들이지만
그 전통의 맛을 지키는 데에는 모두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요즘도 가끔 연세 지긋한 단골 손님들 옆에 앉아서 냉면을 먹다 보면
옛날 맛이 안 난다고 한탄하는 얘길 종종 들을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먹을 만 합니다.
꽤나 횡설수설했는데 좀 더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맛이 좀 변해서 아쉽지만 그래도 맛있다, 정도가 되겠군요.
이 곳을 방문하신다면 물냉면보다는 비빔냉면을, 비빔냉면보다는 회냉면을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새콤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홍어회와 잘 어우러진 냉면의 맛은
몇 번 먹다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눈 앞에 냉면 그릇이 어른거릴 만큼 중독성이 강하거든요.
단, 회냉면에는 삶은 계란을 곁들여 주지 않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장동 냉면 골목을 방문하시려면...
지하철 2호선 을지로4가역 8번 출구에서 직진하다가
중구청 사거리에서 좌회전 하시고, 조금 더 주욱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신창면옥과 오장동 함흥냉면이 나란히 서 있는 게 보이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오장동 흥남집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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